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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부슬부슬 내리는 부슬비

해가 내린 날/#2

# 1 독백 바람이 시냇물 위를 스치며 흐르는 소리 사이로 나뭇잎이 부비는 소리가 참 시원하다.시냇물에 부셔지는 달빛과 별빛이 내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. 그냥 그런 기분이다. 길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파란 달빛에 참 쓸쓸해 보인다. 손바닥을 맞대고 개 모양 그림자를 만든다.새끼 손가락을 움직이니 그림자 개가 짖는다. 그림자 개 옆으로 드리운 내 그림자는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.그림자 개가 물러갔다. 내 그림자는 다시 혼자다.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. 내 그림자는 어디를 보고 있을까? 하늘에는 짙푸른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이 깜빡인다. ......뭐가 짙푸른 바다냐. 그냥 밤하늘이다. 해가 보내는 빛을 달이 반사하여 지구로 보내고 그 빛이 대기 속의 여러 입자에 의해 산란하여 푸른 빛을 띄는 하늘이 있다. 달빛이 공기.. 2024. 10. 29.
#0 이슬비 잿빛의 구름에 덮힌 세상은 음침하다. 모든 것이 죽은 듯, 움직임이 없다. 바람 역시 불지 않는다. 아무도, 아무것도 적막을 깨려하지 않는다. 아니. 깰 수 없다. 그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다. 변화가 없는 공간에서의 순간은 영원이다. 그 영원을 깰 용기가 있는 것은 없다. 영원히 지속 된 것을. 될 것을 누가 감히 깰 수 있을까. 아무도, 아무것도 없다. 순간 잿빛의 구름 속에서 이슬 한 방울이 떨어진다. 투명하다. 잿빛의 구름 속에서 나왔지만 티 없이 투명하다. 누가 저 투명하고 깨끗함이 잿빛 구름 속에서 나왔다고 믿을까. 한 방울의 이슬은 잿빛 연못 위에 한 점으로 떨어진다. 연못은 그것을 거부한다. 이슬은 연못 위로 조금 튕겨진다. 못이 이슬을 거부 했을 때, 그것은 이슬의 등장에 동요하기 시작한.. 2021. 12. 11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