해가 내린 날1 이슬비 잿빛의 구름에 덮힌 세상은 음침하다. 모든 것이 죽은 듯, 움직임이 없다. 바람 역시 불지 않는다. 아무도, 아무것도 적막을 깨려하지 않는다. 아니. 깰 수 없다. 그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다. 변화가 없는 공간에서의 순간은 영원이다. 그 영원을 깰 용기가 있는 것은 없다. 영원히 지속 된 것을. 될 것을 누가 감히 깰 수 있을까. 아무도, 아무것도 없다. 순간 잿빛의 구름 속에서 이슬 한 방울이 떨어진다. 투명하다. 잿빛의 구름 속에서 나왔지만 티 없이 투명하다. 누가 저 투명하고 깨끗함이 잿빛 구름 속에서 나왔다고 믿을까. 한 방울의 이슬은 잿빛 연못 위에 한 점으로 떨어진다. 연못은 그것을 거부한다. 이슬은 연못 위로 조금 튕겨진다. 못이 이슬을 거부 했을 때, 그것은 이슬의 등장에 동요하기 시작한.. 2021. 12. 11. 이전 1 다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