날씨가 맑았지만 평일이라 관측가기 꽤나 부담스러운 날 이었다.
다음날 출근도 생각해야하고 장비를 차에 싣고 내릴 생각에 관측 나가기도 전에 의욕이 사라지고 있었다.
그렇게 몇 번이나 고민하다가 해는 지고 말았다.
해가 진 하늘을 보니 평소와 다른 너무나 깨끗한 봄날의 하늘..
안나가면 후회할 듯해서 달이 지기 전까지도 시간이 넉넉하니 '에라 모르겠다' 라는 심정으로 관측지로 향했다.
최근에 장비를 조금 가벼운 것으로 바꾸었기에 부담이 덜 하겠지라는 마음도 관측지로 향하는 결정을 더 부추긴듯 했다.
달이 진 후에 무엇을 찍어볼까 고민하다가 지난 관측 때에 실패했던 푸른말머리성운을 다시 겨누어 봤다.
꽤나 큰 대상이기에 구도를 잘 맞춰야했는데, 지난 관측 때에 구도를 잘못 맞춰서 코가 잘려나간 말이 되어버려서..
이번엔 말의 코 부분을 기준으로 구도를 맞춰보았다.
4월 초 답지 않게 따뜻한 바람이 살살 불어주어서 편하게 관측하는 줄 알았다.
촬영준비를 마치고 가만히 앉아서 구도를 맞추고 있는데 어디선가 덤불이 흔들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
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라..
좀 강한 바람이 오고 있나 싶더니만 덤불소리와 함께 울림통이 거대한 킁킁거리는 짐승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.
음악도 틀어놓고 했지만.. 킁킁 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에 장비고 뭐고 다 내팽게치고 차로 숨었다..
혼자 관측 다니며 호랑지빠귀 소리도 이젠 음악소리처럼 여겨지고 그래서 겁은 좀 많이 없어졌다 생각했는데,
물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공포감을 주더라.
10분 쯤 지나고 조용해진듯하여 살며시 차에서 나와
사람 소리라도 좀 나면 괜찮을까하여 친구들한테 전화를 돌리며 내일 아침까지 연락 없으면 신고해달라는 부탁도 해보며 다시 장비 앞에 앉았다.
멧돼지로 추정되는 것에 혼비백산하여.. 노출시간을 길게 못 뽑아낸게 마냥 아쉬운 관측이었다.
- 촬영 일시 : 22/04/07~08/
- 촬영 장소 : 강원도
- 망원경 : W/O RedCat51
- 가대(삼각대) : 호빔 Crux140Trvr.(Supermount Cyg42P)
- 가이드경/ 가이드 카메라 : ZWO 30F4
- 카메라(모델명 및 설정) : ZWO ASI1600MM-Pro
- 필터 : ZWO LRGB 36mm filters set
- 촬영노출: L - 120sec*32 + RGB 180sec*11
- 소프트웨어 : N.I.N.A., DSS, Pixinsight